서툴고 부족할지라도

요즘 넷플릭스 일드 가운데 가장 뜨거운 작품은 <로맨틱 어나니머스>다. 프랑스/벨기에 영화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스태프가 함께 만든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오구리슌, 한효주, 아카니시진, 나카무라유리 등 한일 배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케미, 그리고 현실에서 보기 힘든 사랑의 온기가 담겨 있어 가볍게 정주행 하기 좋다. 공개 첫 주부터 순위권에 올랐으며, 두 나라 배우들의 호흡과 달콤한 초콜릿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로맨틱 어나니머스> 방송 정보
- 공개: 2025년 10월 16일 / 총 8부작
- 장르: 로맨틱 코미디
- 원작: 2010년 프랑스 벨기에 영화 'Les Émotifs anonymes'
- 출연: 오구리 슌, 한효주, 아카니시 진, 나카무라 유리 외
- OTT: 넷플릭스
한 줄 요약
-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천재 쇼콜라티에와 결벽증이 있는 제과회사 후계자가 초콜릿을 매개로 서툴지만 진심 어린 사랑을 시작한다.
<로맨틱 어나니머스> 주요 캐릭터
- 후치와라 쇼스케 (오구리 슌)

일본 굴지의 제과회사 후계자이자, 초콜릿 샵 '르 소베르'의 새 대표. 겉보기엔 완벽하고 차분한 엘리트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로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비밀을 갖고 있다. 악수조차 어려운 그의 세계에 '초콜릿'과 '하나'가 들어오면서, 닫혀 있던 감정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 이하나 (한효주)

'르 소베르'를 지탱하는 익명의 천재 쇼콜라티에. 시선 공포증 때문에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지만, 초콜릿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감 넘친다. 소스케와의 만남은 그녀에게도 두려움이 아닌 '마음의 온기'를 배우는 과정이 된다.
- 타카다 히로 (아카니시 진)

재즈바의 사장이자 소스케의 몇 안 되는 진짜 친구. 자유롭고 따뜻한 성격으로, 종종 두 사람의 관계에 미묘한 균열을 만들어 내지만, 그 또한 사랑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의 시선은 늘 한발 물러서 있지만, 때로는 그 거리가 가장 진심을 전하는 위치가 된다.
- 나미카와 아이린 (나카무라 유리)

소스케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 두 주인공의 내면을 비춰주는 감정의 거울 같은 존재. 이성적이고 차분하지만, 누구보다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소스케와 하나가 서로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부드러운 안내선이 된다.
초콜릿과 불안, 어른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

이 드라마의 재미는 초콜릿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다. '르 소베르'라는 가게에서 다양한 초콜릿이 나오고, 한 회차마다 특정 메뉴와 이야기가 연결된다. 불안을 다루는 방식도 과장하지 않고 잔잔하게 보여준다. 손을 잡는 순간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눈을 마주 보는 일이 왜 어려운지, 장면과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전한다. 오구리 슌, 한효주, 아카니시 진 한일배우 합작이 가진 장점은 이런 감정선을 단정하게 쌓아 올리는 힘이다. 빠른 전개 대신 작은 변화를 차곡차곡 보여줘서, 시청자가 두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며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덕분에 자극적인 장치가 없어도 몰입이 잘 된다.
시청 포인트 & 제작 비하인드로 보는 완성도

8부작이라는 길이 덕에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초반 설정 소개 후 중반부터는 인물들의 성장과 관계의 진전이 빠르게 이어진다. 음악도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첫 장면부터 흐르는 테마곡(박혜경의 '고백'이 일본어로 리메이크 되었다)이 달콤한 공간의 향을 떠올리게 하고, 장면 전환마다 감정을 한 번 더 눌러 담아준다. 마지막 회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카메오는 반가움을 더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상상과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대사는 단순하지만 의도는 선명하게 전해지고, 작은 제스처로도 감정이 분명히 읽힌다. 현지 색을 유지하면서도 두 나라 시청자 모두 납득할 수 있게 조율한 균형감이 돋보인다.
영화 '기생충' 미술감독이 만든 감정의 빛깔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초콜릿보다 더 섬세한 감정의 색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미술과 의상을 담당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조명의 색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작품의 미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존재한다. 소스케와 하나가 마주 앉은 공방 '르 소베르'의 황금빛 조명,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세트는 그들이 서툴게 마음을 내어주는 공간이 된다. 라벤더 밭과 호숫가 장면은 화해와 치유의 상징으로, 차가운 회색빛에서 서서히 오렌지빛으로 바뀌는 조명 변화는 두 사람의 감정 여정을 눈으로 느끼게 만든다.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순간처럼, 인물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가길 바랐다"는 말처럼, 이 드라마는 결국, 빛과 색으로 표현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로맨틱 어나니머스> 감상 노트

접촉 공포, 위생 집착 등 심리적 장애를 가진 캐릭터을 연기한 오구리 슌은 중년의 나이에도 탄탄한 몸과 외모의 매력뿐 아니라 내면의 결핍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몰입감을 높인다. 작은 몸짓, 짧은 호흡, 그리고 말을 잇기 전 망설이는 눈동자의 떨림으로도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천재 쇼콜라티에'로 분한 한효주는 캐릭터에 100% 일체화 된 모습을 보여준다. 극 초반에는 말수가 적고 시선을 피하지만,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에서 만큼은 집중력과 몰입으로 화면 전체를 채운다. 또한 일본어로 연기하면서도 감정의 리듬을 잃지 않고, 언어의 경계를 감정으로 충분히 메우는 탁월함을 보인다 두 배우의 눈빛과 제스처가 대사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오구리 슌의 친구이자, 한효주의 짝사랑 상대였던 서브 남주 아카니시 진의 캐릭터가 꽤 강렬하다. 배우 본연의 외모와 분위기가 시선을 압도할 뿐 아니라, 첫 등장부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기며,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섬세한 균열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브 커플의 서사가 좀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사심 가득한" 아쉬움마저 든다.
아웃트로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어른들이 과거의 상처를 안고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부드럽게 그린다. 러닝타임이 짧아 금방 끝나지만 장면마다 남는 온기가 길게 이어진다. 오구리 슌, 한효주, 아카니시 진, 나카무라 유리 등 한일합작 시너지가 궁금하거나, 달콤한 분위기의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초콜릿을 보면 입안이 달아오르는 순간처럼, 마음도 살짝 누그러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구리 슌의 불안, 한효주의 용기, 나카무라 유리의 이해, 아카니시 진의 따뜻한 위로. 이 4가지 감정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마치 초콜릿 속 재료처럼 부드럽게 섞인 작품의 정서를 맛볼 수 있다. 넷플릭스 특유의 세련된 영상미와 여백 많은 연출이 배우들의 감정선을 돋보이게 만든 <로맨틱 어나니머스>, 이 가을에 "따듯하고 잔잔한 로맨스"를 만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JAPAN, 오구리 슌 공식홈페이지, 아카니시 진 공식홈페이지, 나카무라 유리 인스타그램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의 불완전함을 조용히 껴안는 일"이 아닐까요...?
로맨틱 어나니머스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천재 쇼콜라티에와 누군가와 닿는 것조차 싫은 제과 회사 후계자. 그런데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은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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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한일 합작 로맨스 드라마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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